소버린 피지컬 AI, 한국은 왜 세계를 선도할 수 있을까? 산업 데이터가 만드는 차이
AI가 공장과 조선소에서 실제로 작업하려면 무엇을 배워야 할까요? 부품의 위치를 파악하고, 작업 조건에 맞춰 움직임을 조정하며, 작업 결과가 품질 기준을 충족하는지 확인하는 경험이 필요합니다.
이러한 경험은 웹의 텍스트만으로 충분히 배우기 어렵습니다. 주변 환경을 이해하고 로봇과 설비를 통해 현실에서 행동하는 AI를 피지컬 AI라고 합니다.
정밀한 부품을 조립하는 생산라인부터 거대한 선박을 만드는 조선소까지, 한국에는 서로 다른 작업 조건을 가진 제조 현장과 그 안에서 오랫동안 쌓아온 공정 노하우가 있습니다.
하지만 현장이 있다고 해서 그 경험이 곧바로 한국의 AI 경쟁력이 되는 것은 아닙니다. 어떤 모델에 학습시키고, 그 결과를 누가 활용하고 개선할 수 있는지에 따라 축적되는 역량이 달라지기 때문입니다.
현장의 데이터와 학습 과정, 그 결과에 대한 선택권을 스스로 확보하는 것이 이 글에서 말하는 소버린 피지컬 AI의 핵심입니다.
한국의 산업 경험은 소버린 피지컬 AI에서 어떤 강점이 될 수 있을까요? 그리고 그 경험은 누구의 AI 역량으로 쌓이게 될까요?
이번 글에서는 한국 제조 현장의 학습 기회와 노하우를 살펴보고, 이를 지속적인 경쟁력으로 이어가기 위한 조건을 알아봅니다.
제조 현장과 AI 역량이 만나면 무엇이 달라질까?
제조 기업은 어떤 작업을 개선해야 하는지, 공정에서 무엇을 살펴야 하는지, 결과를 어떤 기준으로 평가해야 하는지 알고 있습니다.
AI 개발 기업은 이러한 정보를 모델이 학습할 수 있도록 구성하고, 인식과 판단을 실제 행동으로 연결하는 기술을 구현합니다. 두 역량이 만나면 산업의 과제를 구체적인 학습 목표로 설정하고, 그 성과를 현장 작업에 적용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용접 품질을 판단하는 기준은 제조 현장에서 제시하고, AI 개발 기업은 그 기준을 모델이 배우도록 학습 자료와 기술을 마련하는 식입니다.
이러한 협력은 데이터를 한 번 제공하고 모델을 도입하는 데서 끝나지 않습니다. 작업 조건이 바뀌고 새로운 문제가 나타날 때마다 대응 능력을 높여가며, 그 과정에서 쌓인 경험이 기술 개발의 자산이 됩니다. 이때 협력 방식과 학습 결과의 활용 범위에 따라, 그 자산이 어느 기업의 개발 역량으로 이어지는지도 달라집니다.
한국에는 이 연결을 국내에서 이어갈 수 있는 AI 개발 기반이 있습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발표에 따르면, Stanford HAI의 AI Index 2026 보고서에서 한국의 ‘주목할 만한 AI 모델’은 8개로 집계됐습니다.
2025년 출시 모델을 기준으로, 미국과 중국에 이어 세 번째로 많습니다. 피지컬 AI의 현장 성능을 직접 평가한 지표는 아니지만, 국내 여러 기업이 자체 모델을 개발하고 있다는 점을 보여줍니다.
한국의 가능성은 제조 현장의 노하우와 자체 AI 개발 역량을 국내에서 연결할 수 있다는 데 있습니다.
다양한 공정이 AI의 학습 과제가 된다.
한국의 산업 기반을 피지컬 AI의 관점에서 바라보면, 제조업의 규모와 함께 공정의 다양성에도 주목할 수 있습니다. 자동차·전자·반도체·배터리·조선 등 여러 산업에는 작업 대상의 크기와 형태, 요구하는 정밀도, 주변 환경이 서로 다른 과제들이 있습니다.
로봇을 활용하는 기반도 두텁습니다. 국제로봇연맹(IFR)의 World Robotics 2025 보고서에 따르면, 2024년 기준 한국의 제조업 종사자 1만 명당 산업용 로봇은 1,220대로 세계에서 가장 높은 밀도를 기록했습니다. 로봇 밀도가 학습 데이터의 확보량을 직접 나타내지는 않지만, 생산 과정에서 로봇을 운용하는 수준이 높다는 점을 보여줍니다. 이러한 로봇 운영 환경은 피지컬 AI의 학습과 적용을 생산 공정으로 연결하는 토대가 될 수 있습니다.
공정의 다양성은 구체적인 작업 장면에서 드러납니다. 작은 케이블 커넥터를 정해진 위치에 체결하는 장면을 생각해 볼까요? 부품이 어디에 있는지 파악한 뒤 방향을 맞추고, 접촉 상태에 따라 움직임을 조절해야 합니다. 배터리 셀을 손상 없이 옮기는 상황에서는 대상의 상태를 확인하고 잡는 힘과 이동 경로를 적절히 제어하는 능력이 중요해집니다. 두 사례 모두 물체를 다루지만, 성공에 필요한 조건은 다릅니다.
제품 표면의 미세한 결함을 찾는 외관 검사는 인식과 판단의 과제를 보여줍니다. 정상 상태와 결함을 구분하고, 관찰한 내용을 품질 기준에 따라 평가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조선소로 가면 작업 공간의 규모와 복잡성이 달라집니다. 선박 구조물 안에서 용접할 위치와 접근 방향을 정하려면 주변 형상과 작업 대상의 상태를 함께 파악해야 합니다. 같은 용접이라도 위치와 자세, 접근 경로가 작업마다 달라질 수 있어, 상황에 맞는 행동을 선택하는 능력이 필요합니다.

정밀한 위치 조정, 대상에 따른 힘의 제어, 품질 판단, 복잡한 공간의 이해 등 제조 공정에는 서로 다른 능력을 요구하는 과제가 있습니다. 이러한 다양성은 피지컬 AI가 학습할 과제의 폭을 넓혀줍니다.
한국의 현장에는 어떤 경험이 쌓여 있을까?
현장의 폭만큼 중요한 것은 그 안에 쌓인 경험의 깊이입니다. 생산량과 설비 가동시간은 공정의 운영 상태를 파악하는 대표적인 지표입니다. 피지컬 AI가 실제 작업을 배우려면 당시의 조건과 대응 과정까지 함께 살펴야 합니다. 숙련자는 무엇을 살피고, 어떤 방법을 선택하며, 결과에 따라 어떻게 대응했을까요? 이러한 판단에 오랜 제조 과정에서 쌓인 노하우가 담겨 있습니다.
한화오션과 NC AI가 함께 진행하는 자율용접 프로젝트는 이러한 판단이 왜 중요한지 보여줍니다. 조선소 용접은 현장 온도나 부재 공차(부재 치수의 허용 오차)처럼 다양한 변수가 존재해, 미리 정한 규칙만으로 대응하기 어렵고 작업자의 경험과 감각에 크게 의존합니다. 용접을 수행하는 움직임과 함께, 주변 환경을 이해하고 작업 방법을 결정하는 과정도 학습 대상이 되는 것입니다.
협업 과정에서 한화오션은 AI가 실제 용접 영상에서 공정과 관련된 특징을 유의미하게 인식하는 것을 확인했습니다. 한화오션 용접기술연구팀 김동영 책임연구원은 당시를 이렇게 설명했습니다.
“이 복잡한 환경이 AI로 인식된다면, 그 다음은 데이터로 전환되고 모델 학습으로 이어질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러한 가능성을 학습으로 연결하려면 작업 당시의 조건, 취한 행동, 그에 따른 결과를 함께 기록하고 정리해야 합니다. 영상이나 센서 정보가 같은 시점의 행동과 결과에 연결되어야 AI가 하나의 작업 과정으로 배울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한국 산업이 축적해온 공정 노하우는 AI가 학습할 수 있는 형태로 연결될 때 새로운 기술 자산으로 발전할 수 있습니다. 어떤 조건에서 어떤 대응이 효과적이었는지 담아낼 수 있다면, 숙련자 개인의 감각에 의존하던 판단을 현장 전체가 지속적으로 활용하고 개선할 수 있는 지식으로 이어갈 수 있습니다.
가상과 현실을 오가며 검증한다.
학습한 모델을 실제 공정에 적용하려면, 생산 환경에서도 의도한 작업을 수행할 수 있는지 확인해야 합니다. 작업 대상의 배치나 설비 상태가 달라졌을 때도 적절히 대응하는지 살펴야 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실제 설비에서 다양한 조건을 반복적으로 시험하기에는 시간과 비용, 안전상의 제약이 따를 수 있습니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가상환경에서 먼저 시험하고 현실과 비교하는 방식이 함께 활용됩니다.
앞서 본 한화오션 사례에서는 용접 자동화 시스템을 3D 스캔해 가상환경을 구축하고, 공정을 사전에 시뮬레이션한 뒤 현실 작업과 비교·조율하는 방식을 적용했습니다. 현장에서 마주할 시행착오를 가상에서 먼저 살펴보며 모델을 가다듬을 계기를 마련한 것입니다.
검증 과정에서는 가상과 실제의 작업 조건과 움직임을 비교하고, 작업 완료 여부와 품질·안정성을 평가합니다. 확인된 차이는 모델과 가상환경의 보완에 반영합니다.

이때 산업 전문가와 AI 개발자의 협력이 필요합니다. 공정을 이해하는 담당자는 결과가 품질 기준에 맞는지 평가하고, 운영에서 고려해야 할 제약을 짚습니다. 개발자는 문제가 인식·판단·행동 중 어느 단계에서 발생했는지 분석해 추가 데이터 수집이나 모델 조정에 반영합니다. 같은 실패라도 원인을 구분해 기록해야 다음 학습에서 무엇을 보완할지 정할 수 있습니다.
한국의 제조 현장은 데이터를 얻는 곳이면서, 기술의 적용 가능성을 검증하고 개선하는 기반이 될 수 있습니다. 생산 설비를 운영하는 기업과 AI 개발 주체가 함께 평가 체계를 갖춘다면, 현장의 요구를 기준으로 성능을 확인하고 적용 경험을 축적할 수 있습니다.
현장의 경험을 우리의 AI 역량으로 쌓으려면 무엇이 필요할까?
학습과 검증을 반복하며 쌓인 성과는 결국 누군가의 AI 자산으로 남게 됩니다. 데이터를 어디까지 쓰고 학습 결과를 누가 사용·개선할 수 있는지에 대한 선택권을 확보해야, 현장의 노하우가 자체 AI 역량으로 쌓일 수 있습니다.
먼저 데이터의 사용 목적과 범위를 함께 정해야 합니다. 특정 공정을 개선하는 데만 쓸지, 다른 작업의 추가 학습까지 허용할지, 어디에서 처리할지를 정하는 것입니다.
학습 결과에 대한 권리도 명확해야 합니다. 개발한 모델을 누가 보유하고 어떤 범위에서 사용할 수 있는지, 공정이 바뀌었을 때 추가 학습이나 조정을 통해 계속 개선할 수 있는지를 협력 주체 간에 합의해야 합니다. 예를 들어 한 생산라인에서 학습한 용접 모델을 다른 라인에서도 쓰고 싶다면, 새로운 조건에 맞춰 다시 학습시킬 수 있는 권리가 필요합니다. 이러한 사용과 개선의 범위를 미리 합의해야 프로젝트의 성과를 이후의 개발과 운영에 활용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협력을 지속하려면 산업별 데이터 형식과 품질 기준도 필요합니다. 기록 항목이나 작업의 성공 여부와 품질을 판단하는 기준이 서로 다르면 정보를 함께 쓰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기업들이 필요한 기준을 공유하고, 허용된 범위에서 자료에 접근할 수 있는 체계를 갖추면 공정 특성과 보안을 고려하면서 학습 자산을 축적할 수 있습니다.
이는 외부 모델이나 인프라를 쓰는 경우에도 마찬가지입니다. 한국의 산업 경험이 누구의 AI 역량으로 쌓일지는 이러한 구조를 어떻게 갖추느냐에 달려 있습니다. 데이터의 활용 범위와 학습 결과를 사용·개선할 권리를 확보할 때, 제조 기반과 AI 개발 역량의 결합이 장기적인 경쟁력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국내에서 검증한 기술, 글로벌로 확장하다.
국내에서 검증한 기술을 해외로 넓히려면 다른 설비와 환경에 맞춰 모델을 조정해야 합니다. 데이터 수집부터 학습·검증·운영까지 이어지는 체계를 솔루션으로 갖추는 것도 중요합니다.
NC AI가 참여하는 전북·경남 피지컬 AI 연구개발사업도 이러한 방향과 맞닿아 있습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정보통신산업진흥원(NIPA)이 추진하는 이 사업은 전북에서는 공장 전체를 연결·운영하는 자율 공장 기술을, 경남에서는 제조 공정의 정밀 제어를 중심으로 진행됩니다. 또한 개발 성과를 ‘K-AI 공장 패키지’로 발전시켜 글로벌 제조 시장으로 확산한다는 구상도 담고 있습니다.
NC AI는 이 사업에서 산업 현장을 3D 가상환경으로 구현해 AI 학습·검증 기반을 만드는 과제를 맡았습니다. 또한 월드모델과 행동모델을 개발해 조선 용접과 반도체 후공정(칩을 패키징하고 검사하는 공정) 등에 적용할 계획입니다. 월드모델은 환경의 변화를 이해·예측하고, 행동모델은 로봇의 행동을 계획·제어하는 역할을 합니다. 국내 산업의 과제를 해결하는 과정이 해외 적용을 위한 기술과 운영 체계의 기반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습니다.
한국의 산업 데이터는 학습 가능한 자산으로 전환되고, 실제 공정에서 검증되며, 그 성과를 스스로 활용·개선할 수 있을 때 지속적인 경쟁력이 됩니다.
이 체계를 다양한 산업과 해외 환경으로 확장해간다면, 한국은 소버린 피지컬 AI 분야에서 세계를 선도할 기반을 마련할 수 있습니다.
현장의 노하우를 지속 가능한 AI 자산으로 만들고 싶으신가요?
NC AI는 디지털 트윈과 AI 모델 기술을 바탕으로 제조 현장의 데이터를 학습과 검증에 활용하고, 이를 실제 설비의 행동으로 연결하는 피지컬 AI를 연구하고 있습니다.
NC AI와 함께 제조 공정에 맞는 피지컬 AI 적용 가능성을 살펴보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