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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을 바꾸는 피지컬 AI, 현장에서 만나다


그동안 산업 현장을 지켜온 기계들은 사전에 입력된 시나리오대로만 움직였습니다. 주변 환경의 변화와 상관없이 주어진 좌표와 코드를 오차 없이 반복하는 것이 기존 자동화 설비의 작동 방식이었습니다. 하지만 실제 자동차 부품을 조립하는 생산라인이나 쉴 새 없이 화물이 쏟아지는 물류창고, 그리고 1분 1초가 급박한 전장 등은 결코 정해진 시나리오대로 흘러가지 않습니다. 예측하기 어려운 돌발 변수와 복잡한 상황이 끊임없이 발생하는 현장에서 기존의 수동적인 로봇들은 스스로 상황을 판단하고 대응하기 어려웠습니다.

이제 피지컬 AI(Physical AI)는 기계에 눈과 뇌를 달아 정해진 궤도에만 의존하던 기존 자동화의 한계를 허물고 있습니다. 카메라와 센서로 주변 환경을 인식하고, 수집한 정보를 바탕으로 상황을 판단해 필요한 행동을 스스로 선택하는 지능형 기계가 등장한 것입니다. 작업 대상의 위치가 달라지거나 예상치 못한 장애물이 나타나도 상황에 맞게 경로를 바꾸고 작업 순서를 조정하며, 때로는 사람과 협력해 주어진 임무를 수행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피지컬 AI는 실제 산업 현장에서 어떻게 활용되고 있을까요?

예측하기 어려운 복잡한 현장에 AI가 직접 뛰어든 사례를 통해 그 가능성을 살펴보겠습니다.


피규어AI, 200시간 동안 물류 현장을 지키다

출처 : Figure Youtube, F.03 Livestream: Day 9 (Hour 192-200)

AI가 실제 물류 현장에서 얼마나 오래, 안정적으로 일할 수 있을까? 이 질문에 답하기 위한 한 로봇의 시연이 전 세계의 관심을 모았습니다. 실리콘밸리의 로봇 스타트업 피규어 AI(Figure AI)가 휴머노이드 로봇 ‘피규어 03(Figure 03)’을 활용해 물류 작업을 수행하는 모습을 실시간으로 공개한 라이브 방송입니다. 당초 8시간을 목표로 시작했지만 시연은 200시간까지 연장됐고, 여러 대의 로봇이 교대로 투입돼 총 24만9,560개의 패키지를 처리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로봇이 수행한 작업은 컨베이어를 따라 들어오는 택배를 인식하고, 상자를 집어 바코드가 아래를 향하도록 방향을 바꾼 뒤 다시 컨베이어에 올려놓는 일이었습니다. 실제 물류 환경에서 작업을 지속하려면 주변 상황에 맞춰 움직이는 능력과 함께 배터리 충전과 로봇 간 교대까지 고려해야 합니다. Figure AI는 자체 개발한 ‘Helix-02’를 기반으로 로봇이 시각 정보를 바탕으로 전신을 제어하며 자율적으로 작업하도록 했다고 설명합니다.

이러한 기술은 실제 자동차 생산 현장으로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BMW는 미국 스파르탄버그 공장에 피규어 AI의 휴머노이드 로봇 피규어 02를 투입해 용접을 위한 차체 부품을 집어 정확한 위치에 배치하는 작업을 수행했습니다. 이후 피규어 03은 부품을 식별하고 생산에 필요한 순서대로 준비하는 서열(sequencing) 작업으로 적용 범위를 넓히고 있습니다.

현대자동차그룹, 검사부터 생산까지 로봇 역할의 확장

출처 : Hyundai Motor Group Youtube, CES 2026 | Atlas and Spot Leading AI Robotics

로봇이 산업 현장에서 일하는 시대를 준비하는 또 다른 기업이 있습니다. 현대자동차그룹은 자동차 제조 현장에 AI와 로봇을 결합한 로보틱스 생태계를 구축하고 있습니다. 4족 보행 로봇 ‘스팟(Spot)’과 물류 로봇 ‘스트레치(Stretch)’를 산업 현장에 투입해 안전과 물류 효율을 높여왔으며, 2026년 CES에서는 휴머노이드 ‘아틀라스(Atlas)’의 제품형 모델을 공개하며 제조 현장을 향한 다음 단계를 제시했습니다.

실제 현장에서 대표적으로 활용되고 있는 사례는 스팟입니다. 스팟은 현대차그룹 메타플랜트 아메리카(HMGMA)에서 작업자가 접근하기 어려운 차량 외관을 검사하고, 검사 결과를 조립 로봇에 전달해 차량 외관 품질 향상에 활용되고 있습니다. 또한 계단이나 장애물이 있는 환경에서도 이동할 수 있어 현장 모니터링과 안전 점검에 활용되며, ‘Orbit AI’를 통해 여러 대의 스팟을 원격으로 관리하고 로봇이 수집한 데이터를 분석하는 체계도 구축하고 있습니다.

현대차그룹은 더 나아가 휴머노이드 아틀라스의 제조 현장 투입도 추진할 예정입니다. 아틀라스는 다양한 작업 환경에 적응하고 자율적으로 움직일 수 있도록 개발됐으며, 2028년부터 HMGMA에서 부품 분류를 위한 서열 작업에 우선 투입될 예정입니다. 이후 2030년에는 조립과 같은 보다 복잡한 공정으로 작업 범위를 확대할 계획입니다.

아마존, 운반하고 집어 올리는 로봇이 만드는 물류 현장

출처 : Amazon News , Meet Amazon's First Fully Autonomous Mobile Robot | Amazon News

피지컬 AI를 실제 물류 현장에 적용하고 있는 대표적인 기업으로 아마존을 빼놓을 수 없습니다. 대표적인 사례가 자율이동로봇 ‘프로테우스(Proteus)’입니다. 프로테우스는 물류센터 안에서 사람과 함께 이동하며 상품이 담긴 카트를 운반합니다. 정해진 이동 경로를 따라가는 것이 아닌, 주변 환경을 인식해 작업자와 장애물을 피해 목적지까지 이동합니다.

상품을 직접 다루는 작업에는 로봇팔 ‘벌컨(Vulcan)’도 활용되고 있습니다. 벌컨은 카메라와 촉각센서를 활용해 물체와 접촉하는 시점과 힘의 크기를 파악하고, 물류센터 선반에 있는 상품을 집고 보관하는 작업을 수행합니다. 아마존은 벌컨이 물류센터 내 상품의 약 75%를 피킹·보관할 수 있다고 설명했으며, 실제 물류창고에 배치해 운영하고 있습니다.

아마존은 이처럼 운반을 담당하는 로봇부터 상품을 직접 집고 옮기는 로봇까지 물류 작업의 특성에 맞는 다양한 로봇을 결합하고 있습니다. 특히 2026년에는 차세대 프로테우스에 자연어 기반 작업 지시와 상황 판단 기능을 적용하며 로봇의 역할을 더욱 확장하고 있습니다. 사람이 작업을 직접 수행하는 대신 각 업무에 맞는 로봇이 서로 연결돼 물류 현장 전체의 효율을 높이는 방향으로 발전하고 있는 것입니다.

씨메스로보틱스, 로봇에 현장을 이해하는 지능을 더하다

출처 : CMES ROBOTICS, [Application] Piece picking solution #logisticsautomation #logisticsrobot #smartfactory

피지컬 AI는 휴머노이드뿐 아니라 기존 산업용 로봇에도 적용되며 현장의 변화를 만들어가고 있습니다. 씨메스로보틱스는 3D 비전과 AI를 결합해 로봇이 작업 환경과 대상의 위치·형태를 스스로 인식하고, 상황에 맞춰 움직일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하고 있습니다. 정해진 위치에 놓인 물체를 반복적으로 다루는 기존 자동화에서 벗어나, 작업 대상이 달라지거나 위치가 바뀌는 비정형 작업에도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도록 한 것이 특징입니다.

실제 물류 현장에서는 다양한 상품이 뒤섞인 환경에서 제품을 인식해 집고 분류하는 피스피킹과 팔레타이징·디팔레타이징 등에 기술을 적용하고 있습니다. 제조 현장에서도 부품의 위치나 각도가 달라지는 상황을 인식해 로봇의 움직임을 보정하는 로봇 가이던스 등을 통해 정밀 조립과 검사 작업으로 적용 범위를 넓히고 있습니다.

이처럼 피지컬 AI는 새로운 형태의 로봇을 만드는 데 그치지 않고, 기존 로봇에 주변 환경을 이해하고 상황에 맞는 행동을 판단하는 지능을 더하는 방향으로도 발전하고 있습니다. 결국 로봇이 얼마나 정교하게 움직이느냐를 넘어, 변화하는 현장을 얼마나 잘 이해하고 대응하느냐가 중요한 경쟁력이 되고 있는 것입니다.

NC AI, AI의 판단을 실제 산업 현장의 행동으로 연결하다

NC AI 역시 산업 현장의 다양한 문제를 AI로 해결하고 적용하기 위해 피지컬 AI에 주목합니다. 게임과 가상 세계에서 축적해온 AI 기술을 현실의 복잡한 환경으로 확장하며, 국방·조선·철강 등 실제 산업 현장에서 AI의 판단이 물리적인 행동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기술을 고도화하고 있습니다.

국방 분야에서는 현대로템과 함께 국방과학연구소(ADD)의 국책과제를 수행하고 있습니다. 월드모델 기술을 활용해 복잡한 전장 지형과 작전 상황을 가상 세계에 정교하게 구현하고, 로봇 학습에 필요한 대규모 합성 데이터를 생성하는 파이프라인을 구축합니다. 실제 환경에서 확보하기 어려운 다양한 상황을 가상공간에서 구현하고 반복적으로 학습·검증해 유·무인 복합 전투체계의 운용 효율을 높이는 것이 목표입니다.

조선 현장에서는 한화오션과 함께 실제 조선 현장에 투입할 수 있는 용접 특화 로봇 파운데이션 모델(RFM)을 개발합니다. 아크 광원과 분진이 발생하는 열악한 환경에서도 시각 정보와 작업 지시를 복합적으로 이해해 용접선을 정밀하게 찾아내고, 최적의 용접 동작까지 로봇이 수행하도록 하는 자율 제어 지능을 구현할 계획입니다.

나아가 포스코DX와는 휴머노이드가 실제 작업 현장에서 다양한 태스크를 수행할 수 있도록 하는 범용 로봇파운데이션모델 공동 개발에도 착수했습니다. 시각·언어·물리적 행동 데이터를 통합 처리하는 VLA 모델을 고도화해 휴머노이드가 낯선 현장에서도 주변 상황을 인지하고, 주어딘 태스크에 맞춰 스스로 행동하도록 하는 것이 핵심입니다. NC AI의 피지컬 AI기술과 포스코DX의 현장 실증 체계를 결합해 휴머노이드가 다양한 산업 현장에서 유연하게 작업할 수 있는 로봇 AI 생태계를 만들어간다는 구상입니다.


피지컬 AI의 경쟁력은 로봇의 형태에만 있지 않습니다. 현실을 이해하고, 상황을 판단하고, 그 판단을 실제 행동으로 연결하는 지능에 있습니다. 물류센터에서 상품을 옮기고, 자동차 생산라인에서 부품을 다루며 조선소에서 용접하는 것처럼 AI가 실제 공간에서 역할을 수행하는 영역은 계속해서 넓어지고 있습니다.

과거의 기계가 인간의 ‘근력’을 대신했다면, 이제 피지컬 AI는 인간이 현장에서 수행해온 ‘판단과 대응’의 영역까지 확장되고 있습니다. 정해진 동작을 반복하던 자동화를 넘어 변화하는 환경을 스스로 이해하고 대응하는 기술이 산업 현낭에 자리잡기 시작한 것입니다.

결국 중요한 것은 AI가 얼마나 똑똑한가가 아닌, 그 지능을 현실의 행동으로 얼마나 정교하게 연결할 수 있는가입니다. 가상 세계에서 학습한 AI가 실제 현장을 이해하고 상황에 맞는 판단을 내리고 로봇의 움직임으로 이어지는 것. 피지컬 AI가 만들어갈 산업의 변화는 이제 그 연결에서부터 더욱 구체화될 것입니다.